이대남을 위한 변호 (feat.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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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의 시사기획 창에서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 하나를 내놨습니다. 586세대가 살아 온 길, 그리고 그들이 현재 사회에 눌러 앉아서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을 전반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시사기획 창 팀은 이 다큐를 만들면서 초대형 여론조사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총 210개 항목의 질문과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1,2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연령대는 현재 청년층에 속하는 20살~34살 젊은 사람들과 586세대에 속하는 사람들로 양분하였습니다.

자료 출처 : KBS

광범위한 항목과 인식에 대해서 조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는 유독 위의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그 소란의 중심에 '20대 남자들은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라는 날선 비판이 주를 잇고 있습니다.

통계에 묻어 있는 숫자와 그래프는 아무리 단순해도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래프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단차원으로만 바라봅니다. 위의 결과를 놓고 단순히 '20대 남자는 이기적이다'라고 해석하기엔 너무나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깃거리도 이면에 숨어 있을거라 봅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위의 그래프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놓치는 것이 있거나, 20~34세 사이에 해당되는 남자분들께서 첨언해 주실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첨언해 주셔도 좋습니다. 저도 배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세대별 자산격차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비로소 남들이 사는 것에도 시선을 둔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성인군자급 인물이 아니고서야 보통의 사람이라면 응당 자신의 앞가림을 해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최근에는 '부자들이 더 착하고, 가난하면 더 사악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이 부분은 굉장한 편견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정하기도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3D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증언합니다. 부자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인사성도 좋고 예의도 더 바르며, 부자 고객들이 더 예의가 바르고 사려깊은 반면에 가난한 동네에 가면 사람을 하대하고 무시하기 일쑤라는 증언들 말입니다. 모두를 싸잡아 그렇게 바라볼 순 없지만 그런 현상이 아주 없다고도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중년, 특히 586세대는 사회 진출을 수월하게 시작하여, 평생 직장 개념을 가지고 회사에 다녔으며, 그동안 고도 경제 성장으로 자산 가격 상승의 덕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계층입니다.

반면, 조사에 포함된 청년 세대는 말 그대로 허덕이는 세대입니다. 세상 어떤 청년이라도 가난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지금 청년 세대는 기본적으로 일을 시작할 기회조차 잡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세대별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가지고 있는 자산의 격차에 따른 하나의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고소득 청년 남성은 왜 그 반대인가?


뒤에서 경제 성장률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만, 미리 그 이야기를 조금 다루어 보겠습니다. 국가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는 시기에는 국가 경제 성장이 멈추었거나 후퇴하는 시기보다 대체로 부의 분배가 더 잘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고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추세에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국민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낍니다.

국가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고 있으면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플러스섬 마인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마이너스섬의 마인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청년 세대는 국가 경제의 고도성장이 끝나버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이며 심리는 벌어질 일을 선반영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마이너스섬의 감정이 자라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플러스섬으로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 보다는 이미 있는 파이를 남들과 다투어서 쟁취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마인드와 행동의 결과로 청년 부자들이 나오는 것이고 위의 그래프는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경제 성장률의 시대를 살았는가


통계에 나온 '중년'은 586세대로써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80년대 중반에서 말 사이의 시기는 그야말로 성장과 낭만의 시대였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폭발적 희망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기업 인사팀에 있던 사람들은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라고 기억을 더듬어 말해주었고, 당시 청년들은 '어떤 대기업이든 이력서만 넣으면 쉽게 들어가던 시대였다'고 했습니다.

자료출처 : 통계의 늪에 빠지다<biti.tistory.com>

586세대가 청년이던 시절과 비교해서 지금은 확실히 성장 엔진이 꺼져 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고 그것을 확실하게 말해 줍니다. 앞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 청년 세대는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팍팍하다 보니 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 우위시대


확실히 이미 자산을 많이 가진 중년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젊은 여성들보다 남들을 돕는데 더 우호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남들을 돕는데 훨씬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득이 낮은 젊은 여성이나 소득이 높은 젊은 여성이나 별 차이도 안 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서 정치권과 사회가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여성 정책이 더 중요시 되고 남성들은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감정이 거세지는데다, 젊은 남성들은 여러가지 사회 복지와 제도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범위에서도 벗어난 경우가 많아서 더욱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위의 그래프를 보고나서 들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 생물학적 차이


남자와 여자의 공감 능력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입니다. EBS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바 있습니다.

중년 남성들이야 이미 먹고 살만 하니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것이고, 이를 제외하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타인의 아픔에 조금 더 공감 능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소득이 적은 청년 남성의 경우가 특이합니다. 저 경우는 자신에게 더욱 많은 혜택이 돌아오길 바라고 저런 대답이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소득 청년 남성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기 직전이며 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앞서 언급했던 플러스섬과 마이너스섬 이야기의 결과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문결과와 실제 행동의 괴리는 클 수 있어


저런류의 질문에는 많은 위선적 대답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설문조사에서는 '남을 돕겠다'라고 쓰고 실제 그렇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놓고 생각해 보면 차라리 고소득 청년 남성들의 응답이 솔직해서 좋다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반대로 설문에서만 냉정하게 응답하고 실제로는 남을 돕는 행위를 잘 할 수도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위해서 했던 이야기는 그래프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저의 생각을 끄집어 내어 활자로 펼쳐 써 본 것입니다. 저의 생각이 맞을수도 있고, 단순 편견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저는 위의 통계에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각 연령별 응답결과를 이은 선이 저렇게 깔끔한 형태로 나올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중간에 그 어떤 굴곡이나 변동도 없이 자로 잰듯이 저렇게 아름다운 곡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는 통계 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상하다고 생각만 할 뿐, 진짜 이상한 것인지 실제로 저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통계를 전공하신 분들께서 이 부분은 알려 주시면 감사합니다.

최근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들의 이미지를 나쁜 쪽으로 먹칠하고 망가뜨리려는 정치적인 시도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길 바랍니다.

2021년 6월 26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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